카사노바 후작은 과거 화려한 여성편력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. 스위스에 사는 그는 노쇠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삶을 만끽한다. 어느 날 충실한 종복과 함께 루마니아의 작은 농촌마을에 도착한 후 여자들을 탐한다. 그곳에는 드라큘라 백작이 살고 있다.
카사노바와 드라큘라가 한 영화에 등장한다고 해서 할리우드식 장르 혼성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. 이 영화는 그보다 훨씬 독창적이고 섬세하며 시적이다. 퇴락한 카사노바가 인간의 식욕과 성욕을 극히 추잡스럽게 대변한다면 흡혈 후 괴성을 지르는 드라큘라는 하인의 말마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듯하다. 이 둘은 가슴 깊이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차가운 고독을 공유한다. 그래서 대부분 밤에 촛불조명하에 촬영된 어두운 샷들은 그들의 처지와 하나가 된다. 아름답고 정교한 미장센도 돋보이지만 섬세한 사운드 연출 또한 이 영화를 형언할 수 없는 시정으로 가득 채운다. 프롤로그의 낭만적이고 에로스적인 음악과 마음을 뒤흔드는 바람소리가 그렇다. 올해 로카르노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작으로, 스페인의 독창적인 작가 알베르 세라의 일곱 번째 장편이다. (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/이수원)